내 오른 손목에는 길이 5cm 정도의 큰 상처가 있다.
(꼭 자살시도 흔적처럼 보여서, 보고도 웬 상처냐고 못묻는 사람도 꽤된다.)
초등학교 3학년때 집앞 공터에서 유리를 가지고 놀다 벤 상처다.
그 당시 슈퍼맨인지 600만불의 사나이인지를 흉내냈던 것 같다.
유리조각을 세워놓고
손날로 자르는 시늉을 하다가 손목을 완전히 그어버렸다.
그어지는 순간 약간 따뜻한 느낌이었는데,
손목을 보고 있으려니 피가 샘솟듯 나오다 바닥에 핏방울이 떨어지고,
바닥에 떨어진 피가 왕관 모양으로 확 퍼지는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동맥, 인대 등이 다 끊어졌다.
손을 내린 채 집까지 갔다.
다친 곳에서 집까지는 가까왔다. 200m쯤?
좀 떨어진 곳이었다면 과다출혈로 죽었을 것이다.
일요일 아침 잠옷바람으로 현관에서 놀란 아버지가 내 손목을 꽉 쥐고 쳐들었다.
그때 지혈하고 날 안아올리는 아버지의 동작은 바람 같았다.
금방 잡은 택시안에서,
피범벅이 된 내 오른 손목을 아버지가 쥐고 들어올리고 있었다.
가까운데 있던 종합병원으로 도착한 뒤,
응급실에서 정신을 잃었고,
얼마 뒤
오른 손에 깁스를 하고 집으로 퇴원했다.
그 당시 좀 살고 있던 우리집은 자가용차가 들어올 수 있는 마당이 있는 2층집이었는데,
전형적인 큰 철문과 작은 철문이 있었다.
그즈음에 초인종이 고장 나 있었다.
병원 수속할 때 였는지 병원비를 가지려 집에 돌아오셨을 때
문이 잠겨있자,
답답했던 아버지는
큰 철문을 발로 차 뒤로 넘어뜨렸다.
내가 퇴원해왔을 때에는
큰 철문이 뒤로 넘어져있었고,
깔린 나무가 쓰러져있었다.
그 일요일 아버지가 집에 안계셨다면,
난 그 날 목숨을 잃었었을 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