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호엄마가 학원에서 간담회를 하고 왔다.
학원 선생님이 건호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단다.
그리고 선생님이 말하길,
한마디로 건호는 공부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단다.
학원에서 이해하는 정도를 알고 있었는데, 건호 학교 성적을 듣고는 깜짝 놀랐단다.
진짜 공부 안하는 아이구나하고 생각했단다.
시험 이틀전부터 공부하는 아이같단다.
건호엄마가 쪽팔렸단다.
또, 건호는 과고 대비 학원에 다닌지 몇달되지 않아서,
가장 진도가 떨어진 반에 속해있단다.
작년 경우에는 진도가 가장 빠른,
그러니까 과고 대비 학원에 초등학교때부터 다녔던 학생들이 많은 반에서 주로 갔단다.
5 명쯤 되는 아줌마랑 선생님 한명이랑 면담을 했다는데,
한명 한명을 잘 파악하고, 한명씩 지도를 해주더란다.
건호가 자기가 무엇이 되고 싶다는 것이 구체적이지 않아서인지 공부를 덜하는게 아니냐는 것이
학원 선생님의 의견이란다.
공부를 열심히 할 동기가 주어지면 나아지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그리고, 과학고 안내서를 보니, 지원할 때 자기소개서에,
지원 동기, 진로계획 이런 걸 적어야한다.
그런데, 중학생이 자기가 무엇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게 더 이상한게 아닌가?
난 그런 생각 없이 고등학교가고 대학교갔고,
대학원가고, 그다음도 계속... 였었다.
내가 특별히 생각없는 놈이었을까?
아니다.
내 주변의 모든 동기들이 그랬었던 것같다.
대학교수된 친구, 수천억원대 벤처회사를 만든 친구도
고등학교 진학이든 대학교 진학때에 특별한 꿈이 있었던 것같지는 않다.
왜 이런 걸 요구하는지 모르겠다.
이런거 그럴듯하게 적는 법 학원에서 다 지도한다.
돈많은 집 애들은 비싼 consulting 받아 정말 있어보이게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건호에게 물어봤다.
넌 왜 과학고를 가려고하냐고.
그랬더니,
그냥 아빠같은 사람이 되겠다고 한다.
그건 진로계획에 적기에는 마땅하지 않다고 했다.
먼가 그럴 듯한 것을 생각해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필즈상타고 싶단다.
튜링어워드나 노벨상보다도 어렵다는 그걸...
수학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증명문제는 재미없어하면서 필즈상이라니...
그러고 보니,
수학이 어떤 학문인지를 대학 가서도 잘 모르는게 정상아닌가?
나도 전산학이 어떤 학문인지 이해한 것은 30 살 한참 지나서 였다.
(지금도 좀 불명확한 부분이 있고...)
그래도 과고 지원 동기 그럴듯하게 적게 하려면,
아이를 속여서 그럴듯한 꿈을 가지게 해야할까 싶다.
그런데, 건호가 나 닮았다면,
동기가 생긴다고 공부 더 할 것같지는 않다.
저도 저 때는 그냥 목표 없이 공부했던거 같아요ㅎㅎ(뭐 솔직히 따지면 놀러다닌다고 안했;)
ReplyDelete@띠용 - 2010/03/21 23:13
ReplyDelete목표없는 것이 정상 아닐까요...:)
유치원 때부터 '전자공학박사'가 되겠다고 말하고 다녔던 제가 이상한 건가요? ㅋㅋㅋㅋㅋ 꿈은 계속 바뀌긴 하지만 '뭐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은 계속 하지 않나요? 흥미있는 것이 생길 때마다 목표가 바뀌는 경우가 일상다반사고 그게 하두 자주 있다보니 꿈이 없나 싶기도 하지만;;
ReplyDelete확고한 목표가 있는 어린이(및 청소년)는 그닥 안 많지 않나요 ㅎㅎㅎ
ReplyDelete딱히.. 뭐.. 제가 어릴 때 장래희망 쓰라는 칸만 보면 머리에 쥐가 나서 그런 건 아닙... 잇힝.
@mahabanya - 2010/03/22 05:13
ReplyDelete아 저도 과학자라고는 대답했었습니다. 계속요.
그런데, 과고 지원서에 적는 것은 그런 수준이 아니더라구요. 왜 그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그럴듯하게 적어야하고요, 진학 계획, 장래 계획까지 적어야합니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기 때문에, 그냥 전자공학박사는 덜 구체적이고요. 그래서 어떤것을 하겠다... 그런게 있어야합니다. :)
@궁시렁 - 2010/03/22 13:14
ReplyDelete그런 생각은 커가면서 하는 것이 자연스럽죠. 그리고 잘 모르잖아요. 제 친구 하나도 전교 순위안에 드는 애였는데, 고3때 학과 고를 때 보니까, 무기재료학과가 전쟁무기 만드는 곳인줄 알고 있더라구요.
음....
ReplyDelete전 세부적인 내용은 조금씩 변했지만, 큰 틀의 '과학자'라는 범주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원 진학할 때까지 꾸준히 유지하고 있었는데, 메바님 말씀 듣고 보니 제가 잘못된 것인가 싶기도 하네요. ^^''
그러나....!!! 전 꿈이 있었지만, 공부는 하지 않았다는 거... (그렇지만 성적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었죠.)
공부는 고등학교 진학한 이후 시작했습니다. 결국 꿈을 이룰 수 있을만큼 공부하다가 때려치웠구요.
목표가 있어야 공부할 것이란 선생님 의견에 대해서 전 반대하는 편이고, 그렇지만, 꿈은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 과학고 간다고 과학자 되는 데 유리한 것도 결코 아닌듯 싶은데요. ㅎㅎㅎ
으아.... 메바 님 블로그에 오기만 하면 왜이리 횡설수설 하게 되는 건지?? ㅜㅜ
@goldenbug - 2010/03/22 19:16
ReplyDelete제가 상당히 산만한 성격인데, 글에서 전염이 되나보죠..
저도 계속 아주 어릴 때부터 과학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구체적이고 상세한 자신의 미래모습이나 진학계획을 적는 것이 과고 입학 서류전형에 포함되는게 맘에 안든다는 게 제 생각인 거구요.
순진한 꿈이 있는 것은 좋죠 :)
대통령되기, 유엔사무총장되기, 노벨상타기, 세계정복... 이런거 좋잖아요:)
초등 저학년때부터 프로그래머 하고싶다는 생각은 했는데 몇년 자라다 보니까 나름 어떤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고싶은지 더 생각하게 되더라구요..ㅋ
ReplyDelete제가 이상한건지는 모르겠지만... GNU 선언문 보다가 감동[?]했습니닼ㅋㅋㅋ
그러다 오픈소스 계열에서 뛰고싶다는 생각까지 하구요 :)
@Bardisch - 2010/03/24 21:42
ReplyDelete구체적인 분야를 생각해본다면 더 좋을 거에요.
그런데,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은, 일종의 취미지 않겠어요? 그것만을 직업으로 사는 사람은 드물것같은데요.
@메바21 - 2010/03/26 00:40
ReplyDelete레드햇이라던지 노벨이라던지 그런데 있잖아요? ㅎㅎ
@Bardisch - 2010/03/24 21:42
ReplyDelete물론 그렇죠:)
건호이야기가 너무 재밌어요. 아이들에게 너무 구체적인 꿈이나 계획을 강요하는 부분이 많은것 같습니다. 넓은 마음으로 가다보면 깊게 파고 싶은게 생기곤 하는데 말이죠.
ReplyDelete@G.Sub - 2010/04/24 06:01
ReplyDelete네, 하튼 아이들에게 기대가 너무 많은 세상인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