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바둑기사의 경쟁력

일과 경험 | 2007/11/16 00:30 | 메바21
난 워낙 여러가지 조금씩 관심 가지는 성격이기 때문에,
특별한 취미는 없지만, 가끔 바둑 TV 보는 것을 좋아한다.

직접 두는 것은
야후 바둑사이트에서 한달에 한 두 판 정도 될까 말까 정도다.

하루 일을 다 처리하고,
잠자리에 누워 TV를 켜고 보고 있자면,

그 좁은 곳에서 크고 작은 전투들과 전략들이 나타나고,
죽고, 죽이고, 죽었다가 살아나고, 살아있다가 갑자기 죽고,
대의를 위해 죽기도 하고,
단 하나의 실수로 많은 수가 죽기도하고,
결국에는 승패가 갈리는 것을 본다.

그런데, 내가 정말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그 어느 스포츠에도 없는 검토실이라는 방의 풍경이다.
대국실과 분리된 방에서 실시간으로 진행중인 경기에 대해 토론하고 검토한다.

이창호와 이세돌이 경기를 하고 있을 때,
다른 기사들이 다른 방에 모여 어떤 방법이 최선일지,
자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지 모든 이야기를 다 하는 것이다.
감추는 것 없이 모든 능력을 보여주면서, 최선의 길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문화로 바둑계 전체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 생각한다는 부분은
이렇게 검토실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서로 경쟁자라는 것이다.
단둘이 대국자로 만날 경우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경쟁자에게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다 말하고,
서로의 생각을 인정하기도 하고 고쳐주기도 할수도 있는 경우가
과연 또 있을까 생각해본다.

정말 바둑외에는 그런 경우가 없는 것같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토론식으로 공부하는 경우 정도나 예외가 것같다.

세계적인 레벨의 경쟁자들이 서로 생각을 다 내려놓고 검토하면서 발전한다.
그렇게 될수 있다면,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발전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바둑 기사들은 검토실에서의 공부는 당연히 하는 것이고,
혼자 공부하는 시간도 많다고 한다.
자신이 뒀던 바둑, 예전에 검토했던 바둑, 다른 나라의 일류들이 했던 바둑을 보면서
공부한다고 한다.

바둑 기사들이 검토실에서 솔직해질 있다면,
그것은 경쟁력이 지금 자신이 아는 것을 감춘다고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리라.

검토실에서 모든것을 나누고,
혼자 노력하는 시간
이  두가지가 합쳐져야 자신의 경쟁력이 유지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까지 길게 얘기했지만, 원래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다른 사람들보다 몇년 정도 앞선 경험이 있는 부분이 있다.
(적어도 내생각엔 그렇다)

그런데,
블로그에서 그런 경험에 대해 못나누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 경험이 내 소유일 뿐아니라, 내가 속한 회사의 소유인 이유도 있고,
글로 설명하자니 시간이 모자라서, 또 귀찮아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한가지 이유는,
이야기 다 해놓고 나서도 내 경쟁력을 유지할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강호에 고수는 많다.
내가 알고 있는 경험과 지식을 흘려 보기만 해도
나보다 강한 초식을 고안할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잘난척하는 부분 얘기를 영영 안하면서,
블로그를 하려니까 쓸말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개인적인 "위험한 생각들"을 적어보기에는
우리 사회가 그리 개방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생각을 바꿔서
자신감을 좀 가져보고, 공장 얘기를 좀 해볼까나...
고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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